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전쟁이 해결 조짐 없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했다. 하루 사이에 20% 넘게 상승하며 배럴당 110달러를 뛰어넘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유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전쟁이 지속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유전을 폐쇄할 경우 이를 다시 정상 가동하는 데도 수 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원유생산 감소 유가 20% 폭등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8일(현지시간) 오전 전 거래일보다 25% 가량 상승한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23%가량 오른 배럴당 114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원유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전쟁 장기화 전망 속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원유 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가 저장시설에 그대로 쌓이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베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해협이 기록된 역사에서 단 한 번도 폐쇄된 적이 없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원유 저장시설도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일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공격 위협으로 원유 생산과 정제 생산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남부 주요 유전 3곳의 생산량도 하루 130만 배럴로 70% 감소했다. (문장 구조 수정) 이들 유전은 이란 전쟁 이전 하루 430만 배럴을 생산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조만간 원유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호주·뉴질랜드 은행그룹(ANZ)의 상품 전략가인 다니엘 하인즈는 로이터통신에 “중동 산유국들의 저장 시설이 빠르게 차오르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오늘 아침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 폐쇄 땐 공급 충격 장기화
앞으로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지 않는 한 국제유가 가격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컨설팅 회사 에너지 애스펙츠의 지정학 책임자인 리처드 브론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더 많은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을 발표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조선들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있으며,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책이 나타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기록했던 배럴당 147.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유전을 실제로 폐쇄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인즈는 “다음 관건은 결국 유전을 폐쇄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할지 여부”라며 “이는 생산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분쟁이 완화된 이후 공급 정상화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유가가 훨씬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은 시설 피해가 없을 경우 수일 내 생산을 재개할 수 있지만 송유관이나 저장시설 등이 손상될 경우 생산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59% 상승한 99.57을 기록했다.
